AI 시대, 개발자에게 고민 없이 작성한 코드는 독이다

요즘 AI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회사에서, 코드가 뭘 하는지도 모른 채 엔터만 누르는 주니어를 보면 안타깝다. AI 자체를 부정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고민 없이 작성·받아들인 코드가 개발자를 키우지 않는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당장은 편하지만, 성장은 오지 않는다

당장 결과물은 나오고, 야근도 줄어 편해진다. PR도 빨리 쌓이고, 스프린트 목표도 겉보기엔 맞춰진다. 그런데 그 편함이 이해, 판단, 책임까지 대신해 주진 않는다. 나중에 장애가 나거나 요구사항이 바뀌었을 때 "왜 이렇게 짰는지" 설명 못 하면, 그 코드는 팀 자산이 아니라 부채다.

차별성은 '나'의 생각과 철학에서 나온다

AI도 쓰고, 동료와도 협업한다. 그 안에서 겹치지 않는 가치는 나만의 생각과 철학에서 나온다. 같은 프롬프트, 같은 모델, 같은 템플릿이면 비슷한 코드가 나온다. 고민 없이 붙여 넣고 리뷰 없이 머지하는 습관은 단기 속도만 남기고, 스스로 판단하는 근육은 키우지 않는다.

동료와의 차별도 마찬가지다. "AI가 짜줬으니까"로 끝나는 일은 누구나 한다. 반대로 이 요구사항에서 이 트레이드오프를 고른 이유, 이 구조의 한계가 뭔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 차이가 시니어와 주니어, 대체 가능한 인력과 대체 불가능한 인력을 가른다.

고민을 건너뛰면 엔지니어가 아니라 AI 래퍼다

성장은 문제를 풀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온다. 왜 이 API를 썼는지, 이 상태는 어디서 변하는지, 이 버그는 어떤 조건에서 재현되는지, 그 과정을 건너뛰면 엔지니어가 아니라 전달자 역할에 가깝다. 겉으로는 코드를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과만 전달하는 역할에 머문다.

디버깅, 설계, 트레이드오프 설명. 이 세 가지는 고민의 결과물이다. 고민 없이 작성한 코드는 당장은 돌아가도 시간이 지나면 독이 된다. 팀은 속도를 얻은 줄 알지만, 이해 가능한 코드베이스는 점점 얇아진다.

기초 없는 성취

드라마 <미생>에 이런 말이 있다. 「기초가 없으면 계단을 오를 수 없다. 기초 없는 성취는 오르는 것이 아니라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AI는 계단이 아니라 바닥없이 잠시 올라가는 손잡이에 가깝다. 오르는 건 여전히 개발자의 기초와 고민이다. AI 시대일수록 엔터만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물어야 한다. 이 코드는 왜 이렇게 동작하는가. 내가 지금 이해하고 있는가. 그 질문이 없으면 아무리 빨리 쌓인 커밋도 독이 된다.